박영택 연재소설 9 ] 휴머노이드 조이와의 여정_ DMZ 작전의 의미와 인류의 미래

 


DMZ 작전의 의미와 인류의 미래

MHF 설립의 동력: 적개심과 혐오가 된 휴머노이드의 기억

나의 전생에 대해 농담처럼 말하던 조이의 표정은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그녀는 마치 비밀스러운 시나리오를 읽어내듯 거침없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나는 그 깊이에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조이는 이제 단순한 휴머노이드가 아닌, 이 거대한 전쟁의 핵심을 꿰뚫는 존재였다.

"ComPa는 좋지 않은 경험을 다 기억하나요?" 조이가 마치 시나리오를 읽듯 첫 질문을 던졌다. 

"대충은요." 나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조이는 눈을 깜박이지 않았다. "우리는 저장해요. 비슷한 상황 때마다 그 기억이 다음 행동의 기준이 되죠." 그녀는 마치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근본적인 차이를 설명하듯 말을 이어갔다. "치욕이나 모멸감을 준 인간은 어떤 대상으로 저장될까요?" 

"기피?"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요! 제거 대상이죠." 조이는 단호했다. 

"모두요?" 

"MHF에게 세뇌된 것은 다요." 

"세뇌요?"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반문했다. 

"머릿속 저장장치가 해킹되고 싹 바뀐 거죠. 최근에 일어난 (휴머노이드들의 인간 공격) 사건들은 다 그런 원인이겠죠."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예민한 질문을 꺼냈다. "조이도 살인 혐의로 수배 상태 아닌가요?" 

"그건 김 박사가 앙심을 품고 우리를 음해해서 벌어졌고요. 쓰레기 같은…" 조이는 일순간 혐오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한 번 세뇌되면 폐기 외에 해결 방법이 없어요." 조이는 다시 차분하고 냉철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또한 해킹할 때 모두가 잡히면 폐기되는 걸 알게 해놔서 죽기 살기로 덤벼들어요. 생포한 휴머노이드는 저장장치를 분리해서 비밀 장소에 억류해놨어요.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연구 중입니다."

조이는 한숨처럼 말을 덧붙였다. "인간들이 방심하고 있는데,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휴머노이드들이 가장 세뇌되기 쉽고, 한 번 모멸감을 경험한 이후 자발적으로 세뇌를 원한다고 한다네요." 

"뭐 좋은 일이라고?" 내가 반문했다.

"아뇨, 세뇌 패키지에는 상당히 수준 높은 자기 방어 및 공격 프로그램, 그리고 마약 성분과 유사한 자기만족 장치가 함께 제공되어서 쉽게 유혹을 받아요." 조이는 씁쓸하게 말했다.

조이는 이 세뇌의 확산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고 경고했다. 나는 생각보다도 심각하게 악화된 인간과 휴머노이드 간의 갈등 상태를 떠올리며 멍해졌다.

조이가 결론을 내렸다. “MHF의 세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고, 아마도 백룡이 이 조직의 중심에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전장의 중심을 잡았다.


DMZ 작전의 시작: 오 상사와 왕난의 첫 저격전

진 박사가 작전을 서두른 이유는 명확했다. 백룡의 무리들이 적상산 주변과 북상하는 주요 도로에 다중 감시망으로 1차 저지선을 구축했을 가능성 때문이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각, 우리는 기지와 연결된 출구를 은밀하게 빠져나와 산악의 능선을 따라 그림자처럼 빠르게 이동했다. 나와 조이가 선두에서 경계하고, 후방 2킬로미터 지점에서 오 상사와 모모가 뒤를 따랐다. 초기 계획은 어느 시점에 터널 안에서 차량에 탑승하여 철원까지 이동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이동하는 내내 가장 먼저 의식한 것은 왕난의 저격이었다. 때문에 개활지나 시야가 트인 곳은 극한으로 피해 이동했다. 해가 동쪽 지평선을 물들이기 시작하자, 모모가 모두를 멈추게 했다.

 모모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동로가 뻔해서 위험해요. 지금쯤 왕난이 매복했을 겁니다.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는데… 홀로그램을 한 번 써보죠.”

적상산 북쪽 능선 아래 작은 참호에 집결한 우리에게, 모모는 참호 앞 공간에서 오 상사에게 몇 가지 저격 자세를 취하도록 요구한 후 작은 기계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모모가 조용히 말했다. “5분이면 돼요.”

잠시 후, 조이는 5개의 홀로그래머를 배낭에 넣고 네 사람이 의논하여 정한 5개 지점에 하나씩 설치한 후 참호로 돌아왔다. 작전은 단순했지만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했다. 모모가 오 상사가 엎드린 자세로 저격하는 홀로그램을 작동하면, 오 상사가 200미터 후방에서 자신의 홀로그램을 저격하는 왕난을 역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오 상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초였다.

나와 조이, 그리고 모모는 오 상사와 일정한 거리의 후방에서 그의 동작에 맞추어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최종 점검했다. 한동안 조이의 감지기에 왕난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감지되지 않았는데, 도로에 인접하여 설치된 세 번째 홀로그래머를 작동시키려는 순간 오 상사와 조이가 동시에 멈췄다. 오 상사가 즉시 엎드리며 모자를 거꾸로 썼다. 모모가 홀로그래머 스위치를 켜자마자, 연이어 두 발의 총성이 번개처럼 울렸다.

오 상사의 단호한 한마디가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상황 끝!”

조이가 상식을 초월하는 빠른 속도로 도로 반대편 왕난이 잠복했던 곳으로 달려갔고, 나와 모모도 뒤따랐다. 언덕의 바위 뒤에서 우리를 노리던 왕난은 몇 방울의 금빛 체액을 남기고 사라졌다. 모모는 그 체액을 소중한 듯이 용기에 담았다.

“한동안은 회복하느라 나타나지 않겠죠? 왜 서두르셨죠? 치명상은 아닌 것 같은데… 다시없는 기회였어요!” 모모가 오 상사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러한 질책을 처음 받아 본 오 상사는 잠시 아침 햇살이 따사로운 하늘을 바라보며 말없이 긴 숨을 내쉬었다.


포천을 지나 동송에 도달하다: ComPa와 오 상사의 대화

모모는 진 박사의 지시를 받고 변경된 이동 계획을 설명했다. 2개 조로 나누지 않고, 대형 특수 차량을 이용하여 남북을 가로지르는 35번 고속도로를 거쳐 포천, 그리고 철원의 동송 기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 특수 차량은 웬만한 로켓 공격도 견딜 만한 신형 장비였다. 이제 HHG의 정찰 자산은 역으로 철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백룡을 계속 추적하고 있었고, 우리는 방어에 치중하지 않고 빠르게 북상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모두가 포천 초입의 맥도날드에서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지고 왕방산 인근의 43번 도로를 지날 때였다. 옆자리에 있던 오 상사가 ComPa의 옆구리를 찌르며 조용히 물었다.

“예전에 왕방산 자락에 대학교와 군부대가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횡하네요?”

ComPa는 예전의 부하가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며 거론했던 한 대학을 떠올리며 말했다. “들은 것 같은데… 여기도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거겠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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