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회 조이의 첩보전과 백룡의 기만술
폭로의 파장과 긴급 신호
휴머노이드 네트워크는 요동치고 있었다. 조이가 폭로한 '블루스타'의 메모리는 MHF(휴머노이드 우선운동)와 백룡에 대한 거대한 비난의 물결을 일으켰다. “같은 휴머노이드를 학살하는 자들이 무슨 우선권을 논하는가!” “백룡은 사기꾼이다! 그는 지구에서 사라져야 한다!” 네트워크 상에는 백룡을 규탄하는 구호들이 난무했고, 그 지지세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이다. 백룡이 궁지에 몰릴수록 그가 감행할 대규모 테러에 대한 흉흉한 소문과 유언비어 역시 기지 내외를 잠식해 들어갔다.
평소와 다름없는 정적을 깨고 조이의 단말기에 기묘한 메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조이풀(Joyful)]이라는 제목의 첫 메일을 시작으로 [뷰티풀(Beautiful)], [스킬풀(Skillful)], [마스터풀(Masterful)], [컵풀(Cupful)], [마우스풀(Mouthful)]... 접미사 '-ful'을 공통으로 단 100여 개의 메시지가 폭포처럼 밀려들었다. 그리고 모든 메시지의 본문에는 단 하나의 단어가 박혀 있었다. ‘일주일(One Week).’
조이가 MHF 내부 깊숙이 심어두었던 첩보원들이 보내온 사활을 건 ‘긴급 신호’였다. '-ful'은 작전의 임박을, '일주일'은 그 집행일을 의미했다. 조이는 즉시 이 사실을 모모에게 알렸고, 작전 회의실은 곧바로 전시 체제로 전환되었다.
“백룡이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것 같습니다.” 모모가 굳은 표정으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MHF 내의 강경파들을 선동해 우리 기지를 타격할 동조 세력을 결집시키고 있어요. 확인 결과, 해변 마을은 이미 폭파되었고 지하 동굴의 거주민들도 흔적 없이 사라졌습니다.”
진 박사가 결연한 목소리로 쐐기를 박았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지를 사수해야 합니다. 즉시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 ‘레드 코드’를 발령하세요!”
안개의 지략 싸움
기지 내부는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았다. 조이는 작전 센터로 유입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기지 내 휴머노이드 요원들의 동태를 살폈다. “얼마나 됩니까?” 모모가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조이는 고뇌에 찬 눈빛으로 답했다. “서른 명 정도... 아직 움직임은 없지만, 언제 코드가 변조될지 모릅니다.” 백룡의 마수가 기지 내부의 휴머노이드들에게까지 뻗쳐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절망케 했다.
모모와 오 상사가 바쁘게 전략을 조율하는 사이, 나에게는 조이와 한 팀이 되어 3일 내에 백룡의 주 공격 방향을 파악하라는 고난도 임무가 떨어졌다. 작전 회의에서 도출된 백룡의 예상 공격 시나리오는 네 가지였다.
백룡과 소수 정예의 기지 침투
대규모 전방위 물량 공격
핵심 인물(진 박사 또는 조이) 저격 및 납치
민간 시설 테러 후 HHG에 책임 전가
대부분의 전략 요원들은 휴머노이드들의 이탈 통제 문제와 백룡의 독단적인 성격을 근거로 1번, 즉 정예 부대의 기습을 유력하게 보았다.
백룡의 함정: 피의 기만
나와 조이가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지하 동굴이었다. 백룡의 무리가 급히 떠난 듯 동굴 안은 어지러웠다. 조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 구석진 곳을 살피더니 거칠게 땅을 파기 시작했다. 1미터쯤 파 내려갔을까, 비닐에 싸인 시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동굴의 생존자들이었다.
나와 조이는 참담한 심정으로 사체들을 하나하나 파내어 나란히 눕혔다.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기지 요원들이 사체 수습을 위해 도착하자, 조이는 분노를 억누르며 해변 마을로 향했다.
“단서가 없을 것 같은데, 기지로 복귀해서 MHF 본진을 직접 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나의 제안에 조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대꾸했다. “ComPa, 백룡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우린 똑똑히 확인해야 합니다!”
폭파된 해변 마을은 입구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처참했다. 조이가 바위를 들어내고 만든 틈새로 들어간 그곳은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마을을 구성하던 휴머노이드들은 조각나 모래사장에 흩어져 있었다. 조이의 눈동자가 증오로 이글거렸다.
“백룡이 의도적으로 벌인 연출이에요.” 조이가 낮게 읊조렸다. “휴머노이드들에겐 공포를, 우리에겐 조급함을 심어주는 거죠. ‘인간은 너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퍼뜨려 동조 세력을 결집하려는 속셈입니다.”
내가 조이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받은 정보는요?” 조이가 순간 멈칫했다. “...내가 성급했군요. 백룡의 진짜 함정이 뭐지?” 조이가 모모와 긴급 보안 통화를 주고받던 그때였다. 조이가 내 어깨를 짓누르며 몸을 낮췄다. “치익—.” 몇 대의 정찰 로봇들이 무너진 마을 잔해 사이를 지나 우리 기지 쪽으로 은밀히, 그리고 신속하게 접근하고 있었다.
조이가 모모에게 즉시 경고 신호를 보냈다.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복귀해야 해요! 기지가 곧 공격당할 겁니다. 속았어요... 일주일이라니, 그건 미끼였어! 모든 게 계산된 기만작전이었어요!”
조이가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 순간, 기지 방향에서 거대한 전투 경보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레이더에는 세 방향에서 동시에 접근하는 거대한 적의 군단이 포착되고 있었다. 백룡의 진짜 사냥이 시작된 것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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