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경계를 허무는 감각과 배신의 도시
잔해 속의 진실: 조이의 시험
폭발은 치밀했다. 비엔나 차이나타운의 낡은 건물은 순식간에 화염과 시멘트 가루로 뒤덮였고, 조이의 초인적인 반응 속도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녀는 나를 겨드랑이에 끼운 채 허공으로 솟구쳤고, 착지하는 순간까지 자신의 몸으로 파편을 막아내며 나를 보호했다.
무너진 시멘트 더미가 우리를 덮쳤을 때, 좁은 공간 속에서 조이의 무게가 나를 압박했다. 숨막히는 정적 속에서 그녀의 얼굴이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차가운 금속의 매끄러움이 느껴지던 그녀의 피부가 온기를 머금은 인간의 살결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살짝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다. 당황하는 내 몸 위로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 그것은 마치 오래전 기억 속 첫사랑의 서툰 입맞춤처럼 생경하고도 강렬했다. 조이가 신음 섞인 숨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의 홍조 띤 얼굴이 선명했다.
“콤파, 미안해요. 인간의 감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해봤는데... 당신이라서 해본 거예요.”
조이는 한 손으로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를 밀어내며 탈출구를 만들었다. 잔해를 빠져나오자마자 무장한 중국인 무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우리는 반쯤 파괴된 옆 건물로 몸을 날렸다. 숨을 몰아쉬는 나를 보며 조이가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시험해봐요.”
거절할 틈도 없었다. 조이는 나를 거칠게 끌어당겨 다시 입을 맞췄다. 그녀의 피부는 이제 완벽한 인간의 그것이었고, 그녀의 손길은 세상의 모든 욕망을 섭렵한 화신처럼 집요하고도 정교했다. 기계적인 소음이 가끔 몰입을 방해했지만, 그녀는 마치 감정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듯 내 몸을 탐했다. 적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질 무렵, 조이는 만족스러운 듯 움직임을 멈췄다.
“느낌이 꽤 괜찮네요. 응해줘서 고마워요, 콤파.”
그녀의 눈동자엔 여전히 흥분의 잔영이 남아 있었다. 만약 내가 거부했다면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우리는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와 근처 5층 건물의 옥상으로 몸을 숨겼다. 백룡이 놓은 덫을 깨부술 반격의 시간이 필요했다.
유엔 사무국의 배신: 유인 작전
날이 밝자 우리는 적들을 끌어내기 위한 미끼 작전을 시작했다. 조이는 고속 드론을 타고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연극을 시작했고, 나는 점심시간에 맞춰 대담하게 비엔나 유엔 사무국으로 들어갔다.
프랭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나를 맞이했다. 나는 그의 가식적인 대화에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며 2층 뷔페 식당으로 향했다. 전 세계의 음식이 진열된 화려한 식당에서 나는 두 가지 요리를 골라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예상대로였다. 식사가 시작되자마자 낯선 이들이 내 주변 테이블을 하나둘 채우기 시작했다. 감시와 살기가 섞인 시선들. 나는 태연하게 식사를 마치고 그들을 유인해 건물을 빠져나왔다. 프랭크가 붙여준 요원 두 명과 함께 차량에 몸을 싣고 동쪽, 헝가리 방향으로 질주했다.
부다페스트 인근에 도달했을 때, 약속대로 조이가 나타나 앞길을 가로막았다. 우리는 즉시 동승했던 요원들을 제압했다. “누구 편이냐? 프랭크인가, 아니면 백룡인가?” 그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 순간, 10여 대의 차량이 우리를 포위하며 총기 난사를 시작했다.
“콤파! 사무국엔 우리 편이 없어요! 전부 적입니다!”
조이의 외침과 함께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다. 빗발치는 탄환 속에서 우리는 반격을 가했고, 기세에 눌린 적들은 이내 꼬리를 내리고 사라졌다. 하지만 허탈했다. 백룡은 나타나지 않았고, 유인 작전으로 얻은 정보도 미미했다.
안개의 도시 랭카스터: 펑리의 흔적을 찾아
우리는 인근 산등성이로 몸을 피해 진 박사의 지시를 기다렸다. 조이는 모모와 긴밀히 무선을 주고받더니 어이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영국 랭카스터(Lancaster)로 가라고 하네요.”
고속 드론은 이제 서쪽을 향해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갑작스러운 경로 변경에 국제적 미아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조이가 다가와 내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 당황한 나를 보며 그녀가 속삭였다.
“겁먹지 마요. 장난이니까.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에요. 백룡의 제작자, 펑리의 흔적이 랭카스터 대학에 있대요. 그녀가 거기서 박사 학위를 받았거든요.”
한 시간 후, 드론은 랭카스터 대학 옆 드넓은 목초지에 부드럽게 착륙했다. 털에 때가 꼬질꼬질하게 낀 양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야생 토끼들이 뛰어노는 평화로운 풍경. 하지만 발을 내디딜 때마다 신발이 물에 반쯤 잠기는 눅눅한 영국 특유의 기후가 마음을 더 무겁게 눌렀다.
조이는 신기한 듯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나는 암울한 심란함을 떨칠 수 없었다. 이 광활한 시골 마을에서 어떻게 펑리를 찾는단 말인가? 어딘가에서 우리를 비웃고 있을 백룡의 서늘한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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