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모모가 비틀거리며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그녀는 손목에 찬 측정 기기를 확인하더니 창백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방사선 수치가
조이는 모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듯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아마도 이 동굴 깊은 곳 어딘가에 지상과 연결된 미세한 공기 구멍이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잠복했던 그 습한 곳에서 저들은 며칠도 견디지 못했을 테니까요.”
모모가 괴로운 표정으로 우리를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방사선 수치도 문제지만, 오염된 공기가 계속 유입된다면 저들은 서서히 죽어갈 거예요. 구조가 유일한 답입니다.” 옆에 있던 오 상사도 일부러 얼굴을 찡그리며 숨쉬기 힘들다는 시늉을 보탰다.
우리는 잠시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조이의 주장은 확고했다. 어떻게든 백룡을 설득하여 저들을 구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와 모모, 오 상사는 근본적인 불신을 거둘 수 없었다. 백룡이 지하 거주민들을 돌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MHF의 핵심 요원인 그와 협력한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모가 상황과 작전 방향을 진 박사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진 박사의 명령은 주저함이 없었다. “가능성 있는 구조 방법을 찾아봅시다. 일단 전원 철수!”
조이와 모모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흐르는 듯했다. 조이는 백룡에 대한 묘한 호감을 품은 채 그를 설득할 논리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지하 동굴 입구의 흔적을 완벽히 지우며, 왔던 길을 되짚어 은밀하게 기지로 돌아왔다.
조이의 주장: 결코 먼저 파괴하지 않는다
기지에 도착하자마자 지하 동굴 사람들에 대한 구조 방법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조이는 백룡과의 협력 가능성과 포섭의 필요성에 대해 조용하지만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백룡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인다면 큰 희생 없이 MHF를 와해시키고 지구의 재앙을 막는 데 압도적으로 유리해집니다.” 진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이를 배려하는 눈빛으로 질문했다. “MHF는 인류의 멸종을 목표로 한다. 과연 그들의 사고 체계, 즉 코드가 리셋될 수 있겠나?”
조이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답했다. “서로 간의 불신이 너무 깊군요. 무수한 휴머노이드들이 소모품처럼 폐기처분 되는 현실이 이 비극을 만들었습니다. 인간의 책임도 큽니다. 나 역시 나를 먼저 죽이려 하지 않는 한 치명상을 입히지 않았습니다. 백룡도 저를 죽일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협상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진 박사가 눈을 크게 뜨며 반문했다. “가능성?”
“지하 동굴 사람들을 수십 년간 돌봐온 그 '인류애'를 가진 비정상적인 적을 우군으로 만들 가능성 말입니다.”
회의실 안의 모든 인간 요원들과 몇몇 휴머노이드들이 조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정점인 '인류와 휴머노이드 간의 공존이냐, 결사적인 생존 대결이냐'라는 쟁점이 가장 인간적인 마음을 가졌다는 조이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조이가 다시 비장하고 단호한 말투로 결정타를 날렸다. “우리 휴머노이드의 도움 없이는 전쟁도 평화도 불가능합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마세요. 협력한다면 같은 편인 겁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보복하지 않는다는 확신만 주면 됩니다. 인간은 늘 죄를 따지고 감정을 확인하려 들지만, 우리는 논리를 따릅니다.”
나는 휴머노이드의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사고 체계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지금 이 미친 세상에서는 어쩌면 조이의 말이 정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 박사는 백룡이 '특급 위협 대상'으로 분류되어 있어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결론을 보류한 채 회의실을 나갔다. 모모가 말없이 조이의 등을 다독였다.
백룡 포섭 작전의 시작
결국 HHG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6인 위원회'가 조이의 의견에 조건부 동의를 결정했다. 백룡의 포섭보다 구조가 우선되어야 하며, 백룡의 귀순 의사를 진 박사가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조이 역시 이 조건을 수용했다.
모모가 주관하는 작전 회의가 이어졌다. 조이는 백룡의 고립 및 포위, 협상, 구조, 그리고 최종 귀순 설득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절차를 제시했다. 설령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 조이의 요청에 모모는 작전의 유연성을 고려해 이를 승인했다. 사실상 모든 작전의 성패는 조이와 백룡의 의지에 달린 셈이었다.
지하 동굴 사람들의 공간을 중심으로 정밀 탐색이 다시 시작되었다. 특히 백룡과 그의 휘하 요원들이 접근했던 루트를 추적하던 중,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들이 드나들던 통로는 단순한 동굴이 아니라, 과거 잊혀진 지하 비밀 시설과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백룡이 숨겨온 또 다른 진실의 파편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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