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택 연재소설 11 ] 휴머노이드 조이와의 여정_ DMZ 지하의 사람들

제11회: DMZ 지하의 사람들

지하 동굴의 젊은 연인

조이의 예리한 경계 신호에 맞춰 우리는 수면 위 바위 틈새로 몸을 숨겼다. 차가운 강물 속에 몸을 담근 채, 수면 밖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기척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물속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기에 외부에서는 우리를 볼 수 없다는 사실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잠시 후, 정적을 깨고 남녀의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사각형 플라스틱 통이 수면 위로 떨어졌다. 극도로 긴장한 탓인지, 우리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수면 아래로 서서히 잠겨드는 통을 주시했다. 혹시 폭탄이라도 실려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뇌리를 스쳤다.

"오빠, 너무 멀리 왔어. 아저씨가 알면 뭐라 할 거야..." 걱정스러운 여자의 목소리였다. 억양이 독특했다. 북한 말투가 섞인 젊은 목소리였다. 

"여기 물맛이 끝내준다고 할 때는 언제고. 얼른 떠서 가자!" 남자는 여자에게 가벼운 핀잔을 주더니 서둘러 물이 가득 담긴 통을 끌어 올렸다. 

발소리가 멀어질 즈음, 조이와 어느새 스쿠버 장비를 벗어던진 모모가 물 밖으로 소리 없이 빠져나가 그들의 뒤를 쫓았다. 나와 오 상사는 무거운 장비들을 동굴 입구 바위 위로 끌어 올린 뒤,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온몸에 검은 진흙을 뒤집어쓴 조이와 모모가 바위틈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동굴 안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약한 악취가 진동했다. 모모는 곧바로 차가운 물속으로 뛰어들었지만, 조이는 손바닥 위에 놓인 진흙 덩어리를 무언가 분석하듯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잠시 후, 씻고 나온 모모가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며 몸서리를 쳤다. "죽는 줄 알았네... 그 진흙 수렁 안에 사람인지 동물인지 모를 뼈가 가득해요." 

조이가 무겁게 입을 뗐다. "사람 뼈야."

나와 오 상사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조이가 설명을 이어갔다. "이 지하에는 용암과 현무암이 빚어낸 거대한 공간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어떤 곳은 연결되어 있고, 어떤 곳은 완전히 고립되어 있지." 

모모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덧붙였다. "놀랍게도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노인 다섯 명과 젊은이 열 두 명. 노인들은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더라고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에 내가 입을 다물지 못하자, 조이는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듯 냉철한 분석을 내놓았다. "약 60여 년 전, 수십 명의 인원이 지하기지 공사 중 매몰된 기록이 있어. 특정 지점이 폭파되면서 입구가 봉쇄됐지. 갇힌 이들 중 생존자가 있었고, 저 젊은이들은 그 안에서 태어난 2세대일 거야... 아마도." 

"예전에 발견된 남침용 땅굴 공사에 동원됐다가, 비밀 유지를 위해 몰살당한 게 아닐까요?" 오 상사가 나름의 추측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았을까요? 빛도, 식량도 부족한 이 지하에서..." 모모의 의구심 섞인 질문에 우리 모두는 답을 찾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백룡의 등장: 지하 사람들의 배후 인물

모모는 진 박사에게 현재의 동굴 입구가 위험하다는 보고를 올렸다. 우리는 사람들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지하 공간을 더 세밀하게 정찰하기로 했다. 진 박사의 승인과 함께, 기지에서 송출하는 지하 투사 영상이 실시간으로 우리 시야에 중계되었다.

우리는 축구장만 한 거대한 공동(空洞)이 내려다보이는 상공의 작은 동굴 턱에 자리를 잡았다. 코끝을 찌르는 썩은 냄새가 더욱 강해졌다. 

오 상사가 쌍안경으로 인원을 다시 체크했다. "열일곱 명이 맞군. 머리들이 길어서 남녀 구분이 안 돼. 젊은 애들 몇 명은 여자 같기도 하고..."

지하 공간은 벽면에 부착된 희미한 조명들 덕분에 간신히 물체 식별이 가능했다. 조잡하지만 구역이 나뉘어 있었고, 개인별 잠자리와 낡은 살림살이들이 보였다. 창고로 보이는 공간에는 정체 모를 물자들이 쌓여 있었다. 노인들의 마른기침 소리가 동굴 벽을 타고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두 시간쯤 지났을 때, 조이가 빠르게 우리 곁으로 다가와 몸을 낮췄다. "휴머노이드 다섯 명 접근 중. 창고까지 거리 200미터." 

조이의 피부를 통해 미세한 진동음이 느껴졌다. 불과 150미터 거리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쌍안경 속에서 선명하게 펼쳐졌다. 

"뭔가를 잔뜩 들고 오는데요?" 모모가 중얼거렸다.

기척을 느꼈는지 지하 사람들이 일어나 창고 쪽으로 몰려갔다. 잠시 후, 여러 개의 박스를 짊어지고 나타난 휴머노이드들은 익숙한 듯 사람들과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었다. 적대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조이가 내 귀에 대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네 명은 익산에서 봤던 놈들이네요." 나는 어둠 때문에 식별할 수 없었지만, 조이는 그들의 고유 신호음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모모의 신호에 따라 우리는 더 깊숙한 곳으로 몸을 숨기고 탐지 교란 장치를 가동했다. 휴머노이드 중 한 명이 창고 밖으로 나와 손바닥을 펼쳐 동굴 전체를 스캔했다. 다행히 교란 장치가 먹혔는지, 그는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동료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모모가 오 상사에게 조용히 사격 개시를 지시하려던 찰나였다. 조이가 긴장한 듯 내 손을 잡더니, 오 상사의 총구를 지그시 눌러 내리며 모모를 보았다. 

"나를 세 번이나 살려주고... 여기 사람들을 수십 년 동안 먹여 살린 이들의 진짜 정체가 궁금해요."

조이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를 주시하던 모모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상사가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뗐다. 적개심으로 가득 찼던 공기가 순식간에 기묘한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잠시 후, 다른 통로에서 또 다른 물체가 아주 빠른 속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조이가 무표정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예상대로야."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형체를 향해, 우리 모두는 숨을 멈췄다.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쫓던, 혹은 우리를 잡아 끄는 '백룡'의 진실에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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