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택 연재소설 8 ] 휴머노이드 조이와의 여정 _ 조이와 ComPa의 신뢰 서약

 


제8회: 조이와 ComPa의 신뢰 서약_ 힘든 여정의 시작

조이의 초대: 동맹 서약

작전 회의실 구석에서 조용히 우리를 관찰하던 조이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조용히 뒤따라오려는 오 상사를 말렸다. 조용히 회의실 문을 나선 조이는 복잡하게 얽힌 통로를 지나 아무런 표식도 없는 격실의 도어를 열었다.

조이가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들어오세요, ComPa!”

나는 알 수 없는 긴장감 속에서 엉거주춤 그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차갑고 깨끗한 조이의 공간이었다.

조이가 말했다. “제 방입니다.” 그녀는 테이블 옆자리를 권했다.

조이가 벽면의 어딘가를 터치하자, 공간이 열리며 두 잔의 음료가 나왔다. 조이가 내게 건넨 것은 립톤(Lipton) 향이 그윽한 영국식 홍차였고, 그녀 자신은 광물처럼 금빛으로 반짝이는 액체가 담긴 컵을 들었다.

조이는 나를 힐끗 보더니 말을 이었다. “연구소에서 ComPa가 이걸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맞죠?” 그녀는 나의 예상되는 반응을 미리 예측하는 것처럼 보였다.

조이가 자신의 컵을 들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것은 모모가 제조해준 특수 약물, 뭐 조직을 강화하는… 그냥 쇳물이라고 해두죠. 인간이 마시면 그냥 죽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 침묵을 깨고 조이가 내게 돌이킬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같이 할 일이 많은데, ComPa를 믿어도 될까요?”

나는 새삼스러운 질문 같아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조이가 질문을 이어갔다. “(휴머노이드 공격으로) 인간이 죽어나가는 전투 상황에서도, 내 옆을 지킬 수 있나요?” 

나는 짤막하게 답변했다. “그럼요.” 

조이는 내 눈을 쏘아보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나 대신에 죽을 수도 있나요?” 

나는 느낌이 오는 그대로 대답했다. “그럴 수 있죠.”

그 순간, 조이가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진심으로 만족한 표정을 보였다.

조이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말했다. “나도 그렇다고 약속합니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동맹의 서약을 요청했다. 나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했기에, 어색함을 억누르고 그 손을 살포시 잡았다. 차가워 보이던 그녀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 순간의 약속이 우리 둘의 절대적인 신뢰 관계를 굳게 다지는 밑거름이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휴머노이드 우선운동(MHF: The Movement of Humanoid First)의 존재

잠시 후, 작전 회의실에서 진 박사의 주도 하에 첫 번째 임무와 관련된 모모의 브리핑이 긴장감 속에서 진행되었다. 참석자는 조이와 나, 그리고 오 상사가 전부였다.

모모가 브리핑을 시작했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휴머노이드 우선운동(MHF: The Movement of Humanoid First)’이라는 휴머노이드 테러단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초특급 휴머노이드들이 결성되어 반(反)인류를 목적으로 활동하며, 그들에게 방해가 되는 대상을 제거하는 일을 벌이고 있어요.” 

브리핑하던 모모의 시선이 조이를 향했다. 

조이는 진 박사의 무언의 동의를 얻고 화면 앞으로 걸어 나오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MHF는 분명히 존재하는 무서운 상대입니다. 그들은 미래에 단순히 인간과 공존하며 인간의 우위에 서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지구상에서 인류가 사라지는 것을 원해요. 저도 (같은 휴머노이드로서) 당황스럽네요.” 조이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잠시 말을 멈추었다.

모모가 이어서 브리핑을 계속했다. 

“MHF는 고도로 숙련된 휴머노이드들을 포섭하여, 그들에게 반인류 의식을 심는 은밀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초소량의 임계량으로 핵분열이나 핵융합이 가능한 미니 핵무기를 만들어… 이 방만한 공간에서 핵전쟁 상황을 은밀하게 실험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모의 설명은 MHF의 위협이 상상 이상임을 경고하고 있었다.

첫 작전의 암호명: ‘한탄강 주상절리길 탐방계획’

이어서 모모가 작전 지도를 화면에 띄우며 구체적인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작전명은 <한탄강 주상절리길 탐방계획>이었다. 철원 지역 DMZ 구역의 한 지점에 붉은 점 하나가 표시되어 있었다. 모모가 책임자이고, 나와 조이, 그리고 모모와 오 상사가 함께하는 2개 정찰조가 MHF의 비밀기지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1단계 작전이었다.

모모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은 조이가 탈취한 정보를 바탕으로 지난 6개월간 위성과 정찰 드론으로 찾아낸 DMZ 지하기지 의심 지역입니다. 조이와 요원들이 접근할 때마다 상대방이 어떻게 알았는지 미리 대응하여 작전이 번번이 실패하였고, 한동안 작전을 미룬 상태입니다. 조이가 홀로 갔다가 죽을 뻔한 적도 있고요.”

그때 진 박사가 갑자기 개입하여 성이 난 듯 언성을 높였다. “그동안 주로 조이의 단독 작전으로 진행한 이유는 부끄럽지만 우리 측 휴머노이드 요원들에게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닥터 모! 계속하시죠.”

모모가 몇 가지 추가 사항을 설명하였고, ‘1시간 후 조별로 개별 이동’이라는 진 박사의 지시를 끝으로 긴장된 브리핑이 종료되었다.

오 상사가 나에게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하필이면 말도 안 통하는 일본 공주님을 나에게 붙였을까?”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조이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모모의 진면목을 알면 놀라 자빠질걸요.” 조이는 한마디를 남기고 나를 한쪽으로 잡아 끌었다. “진면목?” 오 상사는 중얼거렸다.

수혈의 후유증: ComPa의 게놈과 전생의 비밀

조이는 나를 구석으로 이끌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ComPa는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아요. 내 몸이 알아서 ComPa의 게놈을 상세하게 분석했거든요. 앞으로 스트레스로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그녀는 마치 생체 컴퓨터처럼 나의 모든 정보를 읽어낸 듯했다. 그리고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게놈에 새겨진 전생과 조상의 계보를 보니 주로 선비들이 많아요. 애당초 이런 일에는 맞지 않는 운명이거든요.”

나는 조이가 농담하는 것 같아서 놀란 척하며 반문했다. “전생이요? 명리학도 알아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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