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택 연재소설 5 ] 휴머노이드 조이와의 여정: 인류 생존의 길_ 중국 최고의 저격수 왕난과 조이의 피격


 제5회: 함정, 중국 최고의 저격수 왕난과 조이의 피격

중국 최고의 휴머노이드 저격수, 왕난의 출현

자정에 이를 무렵,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가 미륵사지를 감쌌다. 나는 팀원들을 배치하고 석탑 근처, 미세한 석벽의 온기에 몸을 기댄 채 조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무선 통신기로 김 박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 박사가 말했다. “왕난이 국내에 잠입했다는 적색 첩보가 떴어요! 백룡에다가 왕난이라니… 지금 국가 대테러팀이 추적 중이지만 아직 흔적이 없어요. 그쪽도 즉시 대비해야 합니다!”

왕난. 중국이 오로지 요인 암살만을 위해 만든 최고의 휴머노이드 저격수. 1년 전 레바논의 헤즈볼라 요청으로 이스라엘에 출몰하여 안보 요인 15명을 저격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악명 높은 존재다. ‘변장에 능하고, 명중률이 100퍼센트, 신장 170센티미터’라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첩보 외에는 알려진 것이 전무하다. 그런 유령 같은 존재가 대한민국에 나타났다. 왜, 하필 지금 이곳에?

나는 고개를 돌려 150미터 거리의 연못 습지에 자리 잡은 오 상사 쪽을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오 상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최정예 저격수. 휴머노이드들이 습지를 기피한다는 점을 이용해 확보한 그 장소는 우리 팀의 유일한 보루였다. 오 상사는 이미 김 박사의 무전을 듣고 시야가 닿는 모든 사각지대를 샅샅이 훑고 있을 터였다.

나는 오 상사에게 지시했다. “필요하면 먼저 제압하세요.” 선제사격 명령이었다.

유령침의 치명적 약점과 백룡의 함정

내가 긴장으로 몸이 굳어갈 때, 조이가 그림자처럼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우리 둘 사이에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류가 흘렀고, 내 두 어깨에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조이가 투덜거렸다. “그 육중한 백룡이 단단한 재질 대신 깨지기 쉬운 고려청자 같은 도자기 소재로 코어를 방어했다니… 참 어이가 없어.”

조이의 'Daddy'가 유령침 공격이 백룡에게 실패한 원인을 찾아낸 것 같았다. 백룡의 코어 방어에 도자기 재질의 무언가가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짐작과 함께 나는 조이를 힐끗 흘겨보았다. 달빛에 비친 조이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의 자존심이 깊은 상처를 입은 듯했다.

“어이 조이! 다시 몸 좀 풀어볼까?” 그때, 어둠 속에서 백룡이 조이를 자극하는 말을 던지며 모습을 드러냈다. 

조이는 주저하지 않고 일어섰다. 나는 조이의 방어막에 밀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손바닥으로 땅을 짚었다.

조이가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설 때, 오 상사가 귀에 대고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보고했다. “020도 200과 350도 300에 저격수 둘… 둘 다 저녁에 본 백룡의 부하로 추정.”

나는 오 상사에게 대기하라는 손짓을 했지만, 그 순간 조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녀는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김 박사가 한 말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쳤다. 조이가 유령침을 사용할 때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며, 이로 인해 방어막에 일시적인 약점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

백룡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오늘 이후에 세상에 조이라는 떨거지는 없어.” 그의 손에는 검은색 단검이 들려 있었다. 백룡은 다시 조이의 목을 자르겠다는 시늉을 했다.

조이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며 상체를 웅크렸다. “염라대왕이라도 된 줄 아나?” 그녀의 왼손에도 어느새 금빛으로 빛나는 대검이 들려 있었다.

미륵사지, 절체절명의 피격

조이와 백룡 간의 검무가 화려하면서도 살벌하게 펼쳐졌다. 한쪽에서 찌르고 베고 회전하며 발로 차면, 다른 쪽에서 튕겨내고 피하며 더욱 강력하게 대응하는 동작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검무는 반경 2미터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 좁은 공간에서 대검의 충돌로 인한 섬광과 빠른 동작으로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10분이 지났는데도 승부가 나지 않고, 둘의 공격에 더욱 살기가 더해졌다.

갑자기 조이가 뒤로 물러나 오른손을 들어 백룡을 정면으로 찌르는 동작을 취했다. 백룡도 두 손을 모아 방어를 시작했다. 조이가 유령침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나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어 불안감과 함께 전보다 더 강한 한기를 느꼈다.

바로 그때, 오 상사는 후방 7시 방향에서 100여 미터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수도 없이 반복한 동작의 소리, “철컥” 하는 탄창 삽입 소리를 직감적으로 들었다. 오 상사가 총구를 빠르게 돌리며 조준경으로 표적을 찾는 순간, 이름 모를 총구의 소음기에서 나는 “푸슉~” 소리를 들으며 잠시 저승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박물관 옥상 모서리에서 작은 모자를 찾아냈다. 오 상사는 직감적으로 타겟이 자신이 아니라 조이임을 알아차리고 조이에게 위험신호를 보냈다.

“조이~!” 무선 통신기를 뚫고 절규하듯 소리치는 오 상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조이도 그 외침을 들었다. 이어, 조이의 등에 충격과 함께 파란 불꽃이 튀기자 조이가 고개를 숙이며 힘없이 주저앉는 모습이 보였다.

백룡이 무방비 상태의 조이에게 접근하려고 할 때, 나는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소총을 난사하며 무모할 정도로 뛰쳐나갔다. 오 상사도 박물관 옥상의 저격수를 향해 맹렬히 총탄을 발사하고 있었다.

나의 과감한 공격에 백룡이 몇 걸음 물러섰지만, 그의 부하들이 나를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나는 몸을 날려 조이를 껴안고 석벽 아래로 굴러 떨어진 후 몸을 숨겼다. 우리 팀원들까지 총격전에 가세했고, 석탑 주변으로 섬광탄이 쉴 새 없이 날아다니며 요란한 총성이 미륵사지에 울려 퍼졌다.

절체절명의 구조

조이가 힘없이 말했다. “이번에도 ComPa군요…”

조이의 등에서 새어 나오던 체액이 어느 순간 멈췄다. 조이 스스로 응급조치를 시작한 것이다.

조이가 석벽에 몸을 일으켜 세우며 중얼거렸다. “왕난이 날 노리다니… 제가 방심했어요. 좀 전 저녁에 백룡과 전투할 때 제 약점을 파악했나 봐요. 정확한 지점에… 백룡과 왕난! 오 상사의 덕택에 조금 비껴 맞았네요…”

조이의 말은 명확했다. 저녁에 유령침으로 백룡을 공격할 때 왕난이 방어막에 생긴 취약한 부분을 파악해뒀고, 지금 빈틈을 노려 그 곳을 저격했으며, 조이가 오 상사의 외침을 듣고 몸을 틀어 치명상을 면했다는 것이다.

왕난은 사라졌고, 전투에서는 우리 팀이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백룡의 부하들이 나와 조이의 퇴로를 차단했고, 나의 소총 실탄도 떨어져 갈 때였다.

그때, 동쪽 상공에서 십여 대의 고속 드론들이 굉음을 내며 진입하여 백룡의 무리를 맹렬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조이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힘없이 말했다. “내가 Daddy를 불렀어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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