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북한의 수퍼 휴머노이드, 백룡의 등장과 미륵사지 전투
북한의 휴머노이드 걸작품, 백룡의 출현
붉은 노을이 익산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우리는 호남고속도로 익산 IC 출구가 있는 금마 근처에서 조이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 내 귀 안의 무선 통신기가 조이의 목소리로 울렸다.
조이가 말했다. “미륵사지 석탑으로 와요. 혼자만. 조용히.”
나는 오 상사에게 팀원들의 통제와 경계 임무를 맡기고
내가 도둑걸음으로 두 개의 석축 기둥이 열쇠 모양으로 솟아 있는 당간지주(幢竿支柱)에 접근했을 때, 석탑 초입 부분에서 누군가를 무릎으로 누르고 있는 조이가 보였다. 조이는 나를 보며 웃었지만, 눈빛은 이미 전방의 석탑을 응시한 채였다. 그녀는 자신의 옆자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려 앉으라는 무언의 지시를 내렸고, 나는 빠르게 이동하여 자리를 잡았다. 그녀가 제압한 것은 북한 요원 한 명이었다.
조이가 말했다. “긴장 풀어요, ComPa를 해치진 않을게요.”
그녀는 고대 석탑을 배경으로 말을 이어갔다. “미림공항에서 날 구조했던 것 기억나죠? 그때는 방심했어요. 북한의 최정예 휴머노이드 요원들이 지금 저 앞 미륵산에서 백룡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들의 대장이죠. 그때 날 거의 없애려다가 놓아주었죠. 아마도 몇 개의 코드가 비슷했나 보죠. 우리 Daddy가 그러더군요.”
내가 물었다. “Daddy요?” 나는 그가 조이를 만든 사람, 제작자일 거라고 짐작했지만 할 말을 찾지 못해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조이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전방을 쏘아 보았다. 조이의 얼굴 피부가 번득이며 잔물결이 일었다. 내부 센서와 회로가 격렬하게 반응하는 징후였다.
조이가 말했다. “드디어 만나는군. 꼼짝 말고 여기에 있어요.”
조이는 벌떡 일어서며 석탑을 향해 우아하면서도 무서운 속도로 걸어 나갔다.
잠시 후, 10여 개의 그림자들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백룡이 말했다. “조이라는 유명인사가 되었더군. 나까지 오게 하고. 그때는 형편없었는데.”
조이는 잠시 대답을 미루다가 비웃듯이 말했다. “라떼 같은 소리하고 있네. 백룡! 촌스러운 이름은 그대로겠지?”
백룡은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 갑자기 마주 선 둘 사이의 공기 흐름이 거세지며 정적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소문으로만 듣던 백룡. 그를 본 요원 중 생존자가 없다는 그를 내가 지금 바로 보고 있는 중이었다.
미륵사지 전투: 유령침의 실패
백룡이 물었다. “무기가 필요하나?”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옆으로 던졌다.
“손가락으로도 충분하지.” 조이가 대답하며 태권도의 겨루기 자세를 취했다.
거구의 백룡과 신장 차가 나는 날씬한 조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룡이 조이의 팔을 잡으려고 거친 태클을 시도했을 때, 조이가 백룡의 앞발을 걷어차고 뒤돌아 얼굴을 찼다. 방심한 백룡이 간신히 피하기는 했지만, 조이의 발이 얼굴을 스치면서 쇳소리와 함께 미세한 스파크가 일었다.
조이의 동작은 태권도의 고단자 품새인 고려, 금강, 태백, 평원, 시선, 지태, 천권, 한수, 일여 등을 망라하고, 택견의 품밟기를 섞어 놓은 것처럼 유연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백룡의 무술은 북한 특수부대의 격투술과 유술을 혼합하여 힘을 근간으로 하는 근접전에 효과적인 듯 보였지만, 조이가 워낙 빨라서 타격이나 근접전이 쉽지 않았다.
“꽤 쓸만하군.” 백룡이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의 구레나룻은 처음에 걷어차인 곳의 상처에서 나온 체액에 젖어 고드름처럼 변해 있었다.
조이와 백룡의 격투는 화려함과 속도감으로 휘몰아치는 군무 같기도 했고, 때로는 한 개의 물체처럼 얽혀 움직였다. 격투는 상대방의 약점에 치명타를 노리는 날카로움과 휴머노이드의 괴력으로 가득 찼다.
갑자기 내 헬멧에 장착된 수신기에 상당히 높은 초음파 신호가 밀려들어왔다. 조이는 좀 더 공격적인 자세였고, 백룡은 얼굴을 들어 미풍을 즐기는 듯한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백룡이 갑자기 몸을 돌리며 말했다. “잠시 운이 좋은 줄 알아라.” 그는 무리들과 함께 미륵산 방향으로 사라져 갔다. 그 직전, 백룡이 나를 섬뜩하게 노려봤다. 조이는 백룡을 쫓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눈을 감고 있었다.
오 상사가 조용히 보고했다. “팀장님, 대대급의 군 부대가 접근 중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나는 조이를 바라보면서 지시를 내렸다. “일단은 대기하세요.”
Daddy와의 통화
조이는 백룡의 무리가 이동해 간 미륵산 길을 사색에 잠긴 채 걸어 올라갔다. 나는 조이가 제지를 하지 않아 약간의 거리를 두고 그 뒤를 따랐다. 조이의 걸음걸이가 너무 느려서 나는 수시로 멈추기를 반복했다. 백룡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산 중턱에 이르렀을 즈음, 조이가 등산로 옆의 바위에 걸터 앉으며 나에게도 옆에 앉으라고 했다.
“평양에서는 고마웠어요.” 조이가 망설이듯 곁눈질하며 말했다.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미소로 답했다. 침묵이 흘렀고, 풀벌레들이 울기 시작했다.
조이가 갑자기 누군가와 통화를 시작했다. “네… Daddy! 아니요… 전혀요… 조금 후에요…”
조이는 통화를 끝내고 일어섰고, 나도 동시에 일어섰다.
“백룡이 아주 철수하진 않았어요. 대비를 해야 되겠죠? 자정에 저 밑에서 다시 봐요.” 조이가 말을 남기고 홀연히 미륵산 정상 방향으로 사라졌다.
나는 다시 바위에 앉아 상황을 정리했다. 조이와 백룡이 격전을 벌였고, 싸움이 멈춘 것은 승부가 나지 않았거나, 혹은 조이가 유령침을 사용했지만 백룡이 이를 초음파 신호 같은 방어 체계로 저지한 것이다. 지금 조이는 그 문제를 해결하러 간 것이고… 조이와 Daddy라는 자의 대화 내용을 끼워 맞추니 대충 스토리가 들어맞았다.
오 상사와 팀원들이 주변에 포진한 후, 나는 김 박사에게 상황 보고를 했다.
“팀장님께 관심이 생긴 것 같은데 조심하세요.” 김 박사가 나에게 주의를 줬다.
뭘 조심하라는 거지? 백룡? 아니면… 조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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