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택 연재소설 3 ] 휴머노이드 조이와의 여정: 인류 생존의 길 _ 조이의 불가사의한 무기 '유령침'

 글 / 박영택 전 대진대 통일대학원장


제3회: 조이의 불가사의한 무기, 유령침

조이의 특별한 능력: 고스트 니들(Ghost Needle)

“꽤 센 무리들이 북쪽과 대륙에서 함께 몰려왔네…” 조이는 독백처럼 중얼거리더니, 익산역 뒤편 골목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우리는 극도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조이를 뒤쫓았다. 방금 전 버스 위에서의 습격은 단순한 테러가 아니었다. 그것은 조이를 노린, 고도로 훈련된 전문 조직의 소행이었다. 나는 이 긴박한 추격 속에서 그녀가 휴머노이드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우리가 그녀를 함부로 다룰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를 다시금 떠올렸다.

조이에게는 아직 그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초능력적 비밀 무기 체계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유령침(Ghost Needle)이라 부른다.

유령침은 20미터 이내의 공간에 같이 있거나, 네트워크 통제 범위 내에서 일단 접속이 되면 아무리 방어 체계가 견고한 휴머노이드라도 그 코어에 침투가 가능하다. 상대방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탄생 이후 현재까지의 모든 업그레이드 과정, 무장, 능력을 간파당함과 동시에 전부 '털린다'. 조이에게 털리는 순간, 그 휴머노이드는 조이의 통제 상태에 놓인다는 의미다. 그 어떤 휴머노이드도 조이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이번 작전이 개시되기 직전, 김윤휘 박사는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며 나에게 이 정보를 알려주었다. 조이는 이 능력을 활용해 수많은 휴머노이드를 농락했고, 개발자들이 엄청난 공을 들여 만든 장치와 저장된 정보를 수집해왔다. 조이가 스스로 통제하는 이 장치는 액체화되어 신체 곳곳에 분산되어 있으며, 조이의 뇌파 에너지에 의해 작동한다. 따라서 순간적으로 조이를 장악하지 못하는 한, 강제로 유령침을 탈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 박사가 덧붙인 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도 조이는 유령침을 인간에게도 사용하려 들 거고… 그렇게 된다면 인류는 휴머노이드에게 장악되거나 노예로 전락하고 말겠죠…”

유령침과 IHS 추적팀의 탄생

조이의 제작자는 4년 전, 조이를 일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수준의 휴머노이드라고 말하며 김윤휘 박사에게 맡긴 뒤 홀연히 사라졌다. 김 박사는 멋진 외모의 조이를 공짜로 얻은 데 만족하여 처음에는 연구소의 비서처럼 활용하며 방심했다. 그녀의 능력에 대해 어떠한 검증도 하지 않았다.

6개월이 지난 후, 김 박사는 조이가 작전 요원과 같은 현장 능력이 있음을 알고는 비밀스러운 작전에도 조이를 참여시키기 시작했다. 이는 조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되었다.

조이는 데스크와 필드를 넘나들며 김 박사의 이름을 도용해 정부와 민간 회사의 네트워크 자료에 접근했고, 심지어 주요 국가의 네트워크까지 파헤쳤다. 그 해킹 기술 수준이 너무 높아 그 누구도 조이의 해킹 사실과 피해 규모를 알지 못했다. 어느 날 조이가 감쪽같이 사라진 뒤에야, 김 박사는 조이가 철저한 위장술로 자신을 속였고, 전 세계에서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방대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탈취해 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 박사는 강력한 휴머노이드 특수팀을 만들어 조이를 추적했지만 계속 체포에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유령침이라는 조이의 불패의 무기를 확인했다. 결국, 조이에 대처하기 위해 인간 추적팀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내가 팀장인 지원팀을 만들게 된 것이다.

조이와의 두 번의 인연: 진달래꽃과 구출

사실 나는 오늘 이전에 조이를 두 번 대면한 적이 있었다.

첫 만남은 영변 침투작전에서였다. 작전 하루 전 김 박사의 지시로 조이가 갑자기 합류했고, 그녀는 내가 알지 못하는 독립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항공기에 탑승하기 전 헬멧을 쓴 조이를 잠시 보았고, 내가 침투 시 임무 분담 내용을 확인하고 숙지 여부를 물었을 때 조이는 “Yes Sir!”라고 짧게 대답했다.

20,000미터 상공에서 나와 오 상사, 그리고 조이를 포함한 휴머노이드 요원 2명이 스텔스 기능이 있는 수트를 입고 영변의 480미터 야산으로 낙하하던 중이었다. 맨 앞쪽에서 방어 임무를 수행하며 낙하하던 조이가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에 곡을 붙여 흥얼거리는 소리가 무선 통신기를 통해 들려왔다. 나는 조이의 행동을 제지하려다가 개사한 내용이 너무 엉뚱하면서도 기발해 조용히 듣고서 그냥 둔 적이 있다. 오 상사는 손짓으로 조이를 가리키며 손가락으로 원을 그려 ‘또라이’라는 표시를 했었다. 바람 소리와 함께 조이의 낯선 흥얼거림이 평양 상공에 울려 퍼졌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1절)

나 일보고 홀연히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주시지요
영변에 약산 핵폭탄 아름 아름 숨겨놓고 애지중지 하셨군요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탄을 살짝 퓨우~하고 가실까요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2절)

작전에 몰입하느라 조이의 노래를 다 기억하지 못했지만, 작전이 종료된 후 브리핑을 준비하며 다시 들으며 정리한 내용이었다. 영변 핵시설 침투 이후 지상에서 조이는 내가 알 수 없는 독립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두 번째 만남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조이를 구조하면서다. 휴머노이드로만 구성된 연구소의 또 다른 작전팀이 북한에 침투했다가 북한군의 포위 공격으로 거의 전멸했고, 조이만이 살아남아 미림공항 활주로 근처에 은신해 있었다. 김 박사의 지시로 나와 오 상사가 조이의 구조 작전을 수행했다. 우리는 드론을 이용하여 저공 비행으로 조이의 가슴에 부착된 고리에 갈고리를 걸어 올려, 조이를 공항에서 탈출시켰다. 드론에 매달린 조이를 평양 외곽에서 회수하여 차량으로 옮길 때, 조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ComPa! 고마워요…”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가 조이임을 알았다.

구조 작전이 끝난 후 연구소에 복귀했을 때, 북한의 특수팀이 휴머노이드 요원을 대량으로 운용하고 그 수준이 우리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김 박사를 통해 들었다.

지금의 조이는 그때의 조이가 아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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